어느 일본의 태풍일기 by redmist

  1. 주초부터 줄기차게 내린 비. 그리고 태풍의 도쿄 상륙을 앞둔 어젯밤. 메신저로 이왕 비가 내릴 거라면 느긋하게 회사 갈 수 있도록 열차 지연될 때까지 줄기차게 내렸으면 좋겠다같은 뻘소리를 하다가 잠이 듬.

  2. 깨어보니 해는 쨍쨍. 쩝...하면서 집에서 나왔는데 몸가누기 힘들 정도의 바람이 불어대고, 역에 도착해보니 역전에 몰려있는 엄청난 수의 사람들. 속으로 쾌재를 부르면서 역 앞의 맥도널드에서 아침을 해결한 후, 계속 상황을 보고 있자니 아무래도 쉽게 재개가 될 것 같지는 않아서 일단 집으로 돌아와서 웹으로 운행상황을 계속 모니터링.

  3. 12시가 지나자 점점 불안해짐. 회사의 코어타임은 3시까지이고 그 이후 출근은 결근처리가 되기때문에, 천재지변이라고는 하지만 예의상 그전까지는 가야겠다 싶어서 일단 집을 나섬. 지하철이라면 운행을 계속할 거라는 생각에 긴시쵸로 가는 버스 정류장(이라고 해봐야 집 앞)으로 향함.

  4. 버스정류장에 도착해보니 서있는 줄이 약 50m. 그중 대부분이 나와 마찬가지로 긴시쵸행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 일단 줄을 서기는 섰는데, 그 버스는 30분에 한대 오는데다가 오는 버스마다 사람이 꽉꽉 차서 대여섯명 타기도 힘든 상황.

  5. 1시간 반을 기다린 끝에 GG치고 회사에 연락해서 유급휴가 쓰겠다고 알린 후 귀가. 빨래 돌리고 컴퓨터 앞에 앉으려고 하는데 기획에게서 전화가 옴.
    오늘 저녁에 제출할 롬에 수정할 부분이 있는데 어떻게 못 옴?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는데염... 그래서 오늘 쉰다고 했는데...-_-

  6. 2시 50분에 운행 재개된 것을 확인. 간단한 거라서 대충 고치고 돌아올 생각으로 일단 집을 나섬. 분명히 운행재개는 2시 반이라고 되어있었는데, 역에서 열차에 탄 것은 3시 20분(참고로 역에 도착한 시간은 3시)

  7. 날도 꽤나 짧아져서 어느새 뉘엿뉘엿 넘어가는 해를 보면서 출근하는 각별한 기분을 맛보며(...) 회사에 도착하니 오후 4시. 사무실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은 황금 패턴.
    님 안온다고 해서 이미 제출했는데?

  8. 기왕 왔으니까 유급휴가 취소하라고 해서 휴가 대신 사유지각처리. 타임카드에 16:05라고 찍혀있는 글자를 지우고 10:00으로 수정하려니까 나 진짜 이래도 되나하는 생각이...

  9. 양심상 정규 근무시간 끝나자마자 바로 타임카드 찍고 서비스 잔업하다가 지금 돌아옴.

결론 - 천재지변 우습게 보면 큰코 다친다.

덤) 사실 태풍이 문제가 아니라 전 선을 운행중지시켜버린 JR이 병신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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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욧커 2009/10/09 01:01 # 답글

    JR 올스톱 정도면
    회사에선 그냥 휴가 주지 않나?

    우리회사는....(아래부터는 자랑임)
    오늘 우리 집에 전화해서
    피해상황 확인하고,
    지하철, JR, 버스 운행 안하면 출근 안해도 된다고..
    친절하게....

  • redmist 2009/10/09 01:08 #

    JR말고 지하철 이용하는 사람들은 전부 제때 출근했더라고...
    난 집 근처 걸어서 한시간 반경 이내에 JR 밖에 없어서 -_-
  • shikishen 2009/10/09 09:16 # 삭제 답글

    결론적으로 휴가 하루 번거네? 라기보다 맘이 불편해서 짜증났겠구만...
  • redmist 2009/10/10 00:57 #

    그렇죠... 하루종일 가시방석에 앉아있는 기분이었음.
  • 지돌 2009/10/09 10:08 # 답글

    나는 아침운행 마지막 열차를 타버려서...-ㅅ-;;
    출발까지는 좋았는데, 고작 한 정거장 가서는(모토야와타) 멈춰버려서 회사에 전화하니
    천천히 오라그래서 열차에서 눈누난나 게임이나 하고 있었는데...재개할 가능성이 안보여서
    도에이신쥬쿠선으로~ 출근하니 10시 반이더구먼...

    암튼 운행정지할 만큼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강이란 강은 죄다 못 건너가게 하니...

    태풍이긴 해도 햇빛은 쨍쨍. 완전 가을이고만.
  • redmist 2009/10/10 00:57 #

    거기는 지하철있나보네...
    부럽다는 생각은 안드는데 이럴때는 좋구만
  • 쌍부라 2009/10/09 11:15 # 답글

    뭐 어쨌든 잘됐어 잘됐어 (..메데..까지 적었다가 오늘만은 좀 참아야지)
  • redmist 2009/10/10 00:59 #

    나랏말싸미 왜국에 달아...(어?)
  • skullokei 2009/10/09 11:46 # 답글

    남조선을 기똥차게 빗나가더라능-_-
  • redmist 2009/10/10 00:59 #

    도쿄 직격루트였으니까요.
  • antidust 2009/10/09 13:58 # 삭제 답글

    음...이 나라는 천재지변이 많은 나라라 양심상 찔릴 것 없어. 앞으로도 종종 있을 텐데 뭐.
  • redmist 2009/10/10 01:00 #

    결론적으로 내가 회사에서 가장 늦게 왔으니까 문제지 ;
    그 전에 온 사람보다 한시간은 늦었으니 ;
  • saikyo 2009/10/13 05:56 # 답글

    1988년 이후 처음으로 한국에 직접적인 태풍영향이 없었던 해라는데 그게 의사가 일본에 직장 구한 해... 이제 지구 환경 적으로 까지 행씨년의 사랑을 받는구나...(묵념)
  • redmist 2009/10/13 22:03 #

    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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